청약 통장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 주소지만 바꿨다가 겪은 불이익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청약 통장을 꾸준히 부어온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고, 수년간 매달 꼬박꼬박 납입하면서 기회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청약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납입 횟수나 금액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실거주는 계속 유지하면서 주소지만 잠시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청약 불이익을 겪게 됐다.
단순히 전입신고만 바꿨을 뿐인데 청약 가점 조건이 사라지고, 우선공급 자격에서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글에서는 주소이전이 청약 통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실제 사례를 통해 주소만 바꿨다가 놓치기 쉬운 청약 제도의 함정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주소지만 바꿨을 뿐인데 ‘해당 지역 거주자’에서 제외됐다
내가 사는 지역은 A시였고, 당시 A시에서 대규모 공공분양 아파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청약 우선공급 조건 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해당 지역 1년 이상 거주자”**라는 조건이었다.
나는 주소지만 잠시 부모님 댁인 B시로 옮겨놓은 상태였고, 실제로는 계속 A시에서 거주 중이었다. 그때는 ‘주소지만 바꿔놓으면 보험료도 낮아지고 혜택도 많다’는 말을 듣고 전입신고만 한 상태였다.
그런데 청약 신청 단계에서 우선공급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었고, 이유는 주소지 기준으로 해당 지역 거주 기간이 1년 미만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A시에 살고 있었지만,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는 행정 시스템에서는 나는 더 이상 A시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나보다 납입 기간이 짧고 가점이 낮은 사람에게 밀리며 탈락했다.
이후 다시 주소를 A시로 복구했지만, 다시 ‘1년 거주 요건’을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작은 행정 절차 하나가 내 수년간의 청약 준비를 무력화시켰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전입신고 이력으로 당첨 취소 위기까지
청약은 당첨되고 끝나는 게 아니다. 당첨 이후에도 다양한 심사 절차가 이어지며, 전입신고 이력이나 주소지 변경 내역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내 지인 A씨는 분양 당첨 후 정밀 심사 과정에서 최근 1년간의 주소지 이력이 확인됐고, 실거주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당첨이 취소될 뻔했다.
청약 가점제, 추첨제 외에도 최근에는 ‘거주 안정성’이나 ‘위장전입 여부’까지 체크하는 심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공분양이나 특별공급의 경우, 주택 공급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던 기간이 1년 이상인지, 실제 거주를 했는지까지 서류로 확인하기 때문에 단순한 주소 이전이 청약 당락에 치명적 변수가 될 수 있다.
A씨는 다행히 실거주를 입증할 수 있어 입주가 가능했지만, 나처럼 주소지만 옮겨놓고 실거주 증빙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청약 가점제에서 ‘세대 분리’ 조건이 무효화됐다
청약 통장에서 중요한 점수 항목 중 하나는 무주택 세대주 여부와 부양가족 수다. 주소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세대가 다시 합쳐지면서 세대주가 부모님으로 변경되었고, 그 결과 나는 ‘세대원’으로 분류되었다.
가점제를 기준으로 보면,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은 청약 신청 자격 자체가 사라지거나, 우선공급 조건에서 제외된다. 또한 세대가 합쳐지면서 부양가족 수가 줄어들어, 청약 가점도 함께 낮아졌다.
나는 전입신고를 하면서 세대구성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청약 시스템은 세대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주소이전만으로 세대 정보가 바뀌면 자격이 변경될 수 있다.
청약 통장을 잘 쌓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소 이전 시 반드시 ‘세대 분리 여부’와 ‘세대주 상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가족과 한 주소를 쓰는 것이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실거주 증빙 요구로 곤란했던 청약 심사 경험
청약 당첨 이후에는 ‘실거주 여부’에 대한 증빙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나 같은 경우 주소지를 바꿔놓고 실제로는 A시에 계속 살고 있었지만, 전기·수도 고지서, 통신요금, 근처 병원 이용 기록 등을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때 실거주를 입증할 수 없으면 ‘당첨 무효’는 물론이고, 향후 5년간 청약 제한이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당황했다.
청약 제도는 단순히 주소지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점점 실질적 거주 사실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특히 위장전입과의 경계가 모호할 때에는 수사기관에 수사의뢰까지 가능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주소지만 옮겨두고 청약을 준비하는 방식은 이제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나는 서둘러 주소를 원상복구하고, 실거주를 증명할 수 있도록 납부내역과 각종 서류들을 준비했지만, 그 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스트레스가 컸다.
청약은 주소지에 따라 자격과 조건이 전부 달라진다. 단순한 주소 이전만으로도 우선공급 자격을 잃고, 세대구성 변화로 가점이 낮아질 수 있다. 게다가 실거주 증빙이 되지 않으면 당첨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청약 통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소지와 관련된 행정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전입신고가 수년간 준비해온 청약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